Waco는 "웨이코"라고 읽는다. 가끔 미국인도 "와코"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있곤 하다. 공식 슬로건은 아니지만 Wacko from Waco (웨이코에서 온 미친 사람)라는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세대에 따라 이미지가 상반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주로 나이 든 세대에서는 93년 사이비 종교 집단과 연방 정부가 충돌한 일로 기억되어서 위험한 도시의 이미지가 있다. 어린 세대에게는 닥터 페퍼 Dr. Pepper 음료수가 발명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웨이코에 사는 사람들은 인구 대비 가장 많은 교회가 있다면서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말하곤 한다.

오전 일찍 물을 사러 마트에 갔다. H.E.B 는 텍사스를 기반으로 한 대형 마켓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동하면서 마켓이나 배송다니는 트럭도 많이 보였다.

물에도 텍사스 느낌이 낭낭하다. 어딜 가든 박혀 있는 별.

보냉백인데 10불도 안 하길래 얼른 집어왔다. 크기도 커서 어디 놀러 가거나 냉동식품 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마트마다 봉투값을 받았는데, 텍사스는 무료였다. 환경 문제에는 무심하다고 하더니 이런 부분에서 티가 난다. 봉투도 작아서 어떤 사람 카트에는 물건이 가득 담긴 봉투가 열 개는 되어 보였다.

물을 사고 드디어 남편의 모교에 도착했다. 사실 시골에 가까운 이 작은 소도시 웨이코는 이 학교가 먹여 살리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엄청 컸다. 이 건물은 남편이 주로 수업을 들었던 공대 건물이다.

미국 대학교 내부로는 처음 들어와보는데, 학생들의 열정도 느껴지도 아주 좋았다. 라운지 같은 곳에는 보드게임 같은 도구들이 곳곳에 놓여있었는데, 공대생들은 이렇게 노는구나 싶었다.



학교 상징이 곰인 건 알았는데, 곰을 키우는 줄은... 남편은 전에 말해줬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살 된 귀여운 흑곰 두 마리가 서로 치고받고 하면서 재밌게 놀고 있었다.


1900년 대 초부터 곰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바닥에 역대(?) 곰들의 발자국들을 남겨놓았다.

남편이 경영대 건물은 지어진 지 얼마 안되어서 엄청나게 좋다고 하더니, 공대 건물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주 세련됐다. 물론 졸업생들의 기부금액도 다르다고 한다 ^____^ 이곳에서 졸업해서 회사를 차린 경영인들이 공대생들을 고용해서 열심히 굴리고 있겠지.

웨이코에 살면서 여러 번 방문했다던 남편의 또간집 헬버그 바베큐 Helberg Barbecue이다. Helberg 부부가 설립해 운영하는 식당이다.
https://maps.app.goo.gl/ohywusfoHDjP1kAG8
Helberg Barbecue · 7809 Hwy 6, Woodway, TX 76712 미국
★★★★★ · 숯불구이/바베큐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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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맛집이라고 느낀 게 점심 시간에 맞추어 갔더니 줄이 꽤 길었다. BBQ 라인에 줄 서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 보니 먹고 싶은 것이 한가득 쌓였다.


사실 우리가 방문한 이 건물은 이번에 새로 다시 지은 건물인데, 원래는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화재로 건물이 다 타버리는 사고가 있었다는데, 그때 상황들을 사진으로 전시해 놓았다.

줄 서면서 우측으로 바베큐가 구워지고 있는 드럼통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도 바나나 푸딩을 팔고 있었다. 먹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좀 더 다양한 사이드메뉴를 먹기 위해서 오늘은 포기했다.


사이드 메뉴가 아주 다양했는데, 머스터드 감자 샐러드, 콩조림, 치미추리 양배추 샐러드, 콘샐러드 이렇게 네 가지를 주문했다.


고기는 브리스킷이랑 소세지를 주문했다. 브리스킷에서 육즙이 주룩주룩 흐르는 걸 보고 비주얼 깡패다.. 맛도 깡패겠지.. 생각하며 기대감이 아주 한껏 올랐다.


한가득 주문했는데도 세금 포함 50불 정도가 나왔다. 캘리포니아 생각하면 저렴하게 느껴지는 외식 물가이다.

둘이서 먹어도 충분히 배부른 양이다. 브리스킷은 입에 넣자마자 녹아서 사라졌고, 소시지는 촉촉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아주 밀집된 향과 맛이었다. 사이드 메뉴는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었다. 사이드는 너무 많이 주문했는지, 결국 남아서 포장해 갔다.

빵은 무한리필 제공이니, 샌드위치처럼 먹고 싶은 사람은 가져가서 고기에 싸 먹으면 된다.

밥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남편이 가장 좋아한다는 카페이자 장소인 파인우드 Pinewood 카페로 갔다. 외로운 유학 생활의 한 줄기 빛이였다고나 할까.
https://maps.app.goo.gl/x5Tvry8wvVZiBEcW6
Pinewood Coffee Bar · 2223 Austin Ave B, Waco, TX 76701 미국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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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가 다 나무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LP판으로 노래를 틀어줘서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왜 우리 동네에는 이런 분위기의 카페가 없을까 아쉬울 정도였다. 카페 손님은 대부분 학교 학생들처럼 보였고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찾는 카페인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3불이라니. 캘리포니아에서는 커피 가격이 보통 5불부터 시작하니 가격 차가 꽤 크다.


야외 공간도 있었는데, 가운데 위치한 이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서 시원하고 느낌도 좋았다. 남편이 종종 이곳에서 공부할 때 사진을 보내주곤 했었는데, 그 장소를 직접 보고 느끼니까 신기하고 반가웠다.

커피는 굉장히 맛있었다. 카페에 갈 때마다 마지막이겠구나, 이곳에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다음 날 웨이코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가고, 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면서 또 들렀다.

웨이코 다운타운으로 이동했다. 멀리 웨이코에서 유일한 고층 빌딩인 알리코 빌딩이 보인다. 뭐든 유일하면 유명해진다.
여행 시작할 때에는 계획에 없었는데, 웨이코 하면 유명한 게 또 닥터페퍼라서 닥터페퍼 뮤지엄에 가게 되었다. 기대 안 했는데 의외로 재밌는 공간이었다.



입장료는 성인 인당 12불이다.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고 이후에 닥터페퍼 음료도 한 잔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직원이 박물관을 위해서 기부할래? 물어보는데 대기업에 기부할 이유는 없다...

닥터페퍼는 19세기 후반에 이미 개발되었고, 이 건물은 제조 공장으로 1906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리모델링할 때 이미 바래진 벽을 분석해서 옅은 옥색의 페인트로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당시 패키지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빈티지한 물건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웨이코라는 지역에서 나는 물이 미네랄이 풍부해서 Crazy Water라고 부르곤 했는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홍보문구를 적어놓았다. 당시 코카콜라도 만병통치약으로 팔았다는데, 닥터페퍼도 그런 유행에 편승해 건강에 좋은 음료라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한켠에 기념품샵이 있다. 흠... 닥터페퍼의 광팬이 아닌 이상 사 입을 것 같지는 않다.


전시장에서 나와 마당을 가로질러 건너편 건물로 들어가면 음료를 무료로 혹은 업그레이드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직접 나만의 닥터페퍼를 제조해볼 수 있는 공간인데, 미리 예약해야 하기도 하고 유료이다. 인 당 20불이니 저렴하지 않다.

나는 무료로 제공해주는 제로 닥터페퍼를 주문했고, 남편은 돈을 내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은 닥터페퍼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는데, 먹다 보니 나름대로 매력 있어서 계속 들어가는 맛이었다.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맛. (계속)